기계식 키보드 DIY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우리의 입력은 더 이상 물리적인 버튼이 아닌, 터치인터페이스로 진화했다. 이전에는 메모를 할때에도 펜을 딸깍거리고, 사각사각 필기를 했고, 책과 신문은 손가락 끝 미세한 감촉으로 한장 한장 속으로 세어가며 읽었다. 심지어 학교에서 수업시간에도 앞에 계신 선생님과는 아이컨택트를 하면서도 한손으로는 책상 아래에 보이지도 않는 휴대폰을 촉각에만 의지하여 능숙하게 문자 메시지를 발송하곤 했다.

노키아 피처폰

청각과 촉각의 즐거움의 공백은 ASMR 과 기계식 키보드 수요의 증가 현상으로 나타났다. 그 유행에 맞춰 기계식 키보드를 이것저것 이용해 보았으나, 누구보다 많은 쓰는 것이 키보드이고 밥줄인데, 나만의 유일한 키보드를 맞춰볼까하여 DIY 를 시작하게 되었다.

유튜브에서 DIY Keyboard 라고 하면 “프로”들의 다양한 영상이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는 그렇게 프로페셔널할 수 없다. 나무를 통째로 재단하고, 3D 모델링을 설계하며, 그걸 출력할 수는 없다. 납땜을 여러 번하기 위한 여건을 만들기조차 쉽지 않다.

그래서 양산이 되고 있는 기계식 키보드 부품을 찾아보았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계식 키보드의 구조를 먼저 알아보아야 한다.

기계식 키보드의 구조

PCB
DZ60 RGB V2 60%

키보드의 모든 기능이 PCB 에 의해 결정이 되는 가장 중요한 부품인 기판이다. PCB 는 양산이 쉽도록 대부분 직사각형으로 생산이 되며, 우측 컨트롤 키와 좌측 방향키 사이에는 공백이 있기 때문에 컨트롤키까지만 지원하는 사이즈인 75% 이하 사이즈가 대부분이며 60%가 가장 대중적이다. 사이즈, 유/무선 여부, Hotswap 지원여부 등이 결정에 중요한 요인이다. Hotswap 을 지원하는 모델의 경우에는 스위치가 삽입되어야 하는 위치가 고정이 되어 있기 때문에 디테일하게 스위치의 위치를 변경하고 싶은 경우에는 피해야 한다.

100% – 풀사이즈 키보드
96%
80% – 텐키리스 키보드 (TKL)
75%
65%
60%
40%
스위치

“촉각”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부품이다. 체리 사의 기계식 스위치 특허가 2014년경에 만료가 되면서, 다양한 회사들이 만들기 시작하며 대중화되었다. 종류는 크게 클릭, 넌클릭, 리니어로 구분이 된다. 클릭 스위치는 딸깍(클릭) 소리가 발생하는 기본적인 기계식 스위치 축이다. 넌클릭은 딸깍 소리가 나지 않도록 슬라이더가 두파츠가 아닌 통으로 제작이 되었다. 키가 눌리는 구분감은 있으나, 클릭음은 발생하지 않는다. 리니어는 스위치를 눌렀을때 걸리는 부분이 없도록 일자로 설계된 스위치이다. 소위 구름타법이라 불리우는 스위치를 끝까지 누르지 않고 타이핑을 할 수 있다.

클릭 – 체리사의 청축 스위치
넌클릭 – 체리사의 갈축 스위치
리니어 – 체리사의 적축 스위치
스테빌라이저
체리식 (PCB Mount)
체리식 (Plate Mount)
마제식

스페이스바나 쉬프트 키와 같이 큰 키는 스위치 하나로 중심이 잡히지 않기 때문에 스위치의 양옆에 이를 받칠수 있는 구조물이 필요하다. 스테빌라이저 종류는 크게 체리(cherry)식과 마제(costar)식이 있다. 체리식은 PCB 에 고정하는 방식과 플레이트에 고정하는 방식 두개가 있고, 마제식은 키캡에 가이드를 꽂는 형태를 띈다.

케이스 및 플레이트
Tofu 84 Aluminum Mechanical Keyboard Case

키보드의 미관을 담당하는 부품. 묵직한 알루미늄이 대중적이다. PCB 를 무선으로 이용할 경우에는 신호 간섭이 있을 수도 있으니 잘 알아보고 선택해야 한다. 나무로 된 케이스는 장시간 이용시에 뒤틀림이 있을 수 있으니 잘 마감된 제품을 골라 관리에 신경써야 한다. 플레이트는 스위치가 노출되기 때문에 본인 배열에 맞는 플레이트로 정확히 선택해야 한다.

키캡

손가락이 직접 닿는 부품이다. 재질에 따라 매끈한 ABS, 거친 표면의 PBT 로 나뉜다. PBT 가 오염에 강하고 가격도 비싼 고급재질로 알려져 있으나, 감성에 따라 고급제품에도 ABS 키캡을 쓰기도 한다. 편안한 타이핑을 위해 행별로 높이가 다르게 구성이 된다.(각인이 안된 무각 키캡이라고 아무렇게나 끼우면 안된다.) 대부분 체리나 OEM 프로파일로 구성된다.

키캡 프로파일
펌웨어
ZMK key map editor, https://www.polarityworks.com/editor/index.html

PCB 에 설치되는 소프트웨어로 대부분 오픈 소스 형태로 제공이 된다. 단순한 키배열 변경은 온라인으로 할 수 있도록 지원하기 때문에 디테일한 설정 변경이 할 것이 아니라면, 개발환경을 갖출 필요가 없다.

Let’s DIY

해킹(프로그래밍)하기 좋은 키보드라고 알려진, 해피해킹(HHKB) 의 배열의 블루투스 키보드를 만들기로 했다.

PCB
BT60 PCB V2

PCB 는 BT60 PCB V2 으로 준비했다. 60% 사이즈의 블루투스를 지원하는 PCB 이다. Hotswap 되는 버전도 있으나, HHKB 배열이 불가하기 때문에, 납땜을 하더라도 배열을 자유롭게 변경할 수 있는 Non Hotswap PCB 로 구성했다. 호환가능한 배터리도 함께 제공이 된다.

스위치

강한 힘이 들지 않고 소음이 적은 체리사의 적축을 구매했다. PCB 가 블루투스 모델(배터리 작동)이기 때문에 배터리 소모가 적도록 RGB LED 가 없는 일반 스위치를 선택했다.

케이스, 스테빌라이저

HHKB 레이아웃을 지원하는 케이스(플레이트) 가 많지 않다. 파란색 알루미늄의 케이스를 선택 케이스와 플레이트가 일체형인 스위치가 노출되는 viki 타입 케이스를 선택했다. 스테빌라이저는 체리식 PCB Mount 방식으로 제공이 되었다.

키캡

기계식 키보드 커스텀의 꽃이라 할 수 있는 키캡은 기성품 키캡이 아닌, 레고를 이용해서 다양하게 커스텀할 수 있도록 했다. 스위치에 레고를 꽂을 수 있도록 어댑터 부분를 먼저 끼우고 그 위에 레고를 끼우는 방식으로 제작했다. 어댑터 부분은 3D 프린팅으로 진행을 했는데, shapeways 에서는 다양한 도면을 공유하고 그걸 출력까지 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쉬프트, 엔터, 스페이스바 등 키 사이즈가 큰 키들은 주의해서 확인해야 한다. 특히 스페이스바는 크기가 다양하고 스테빌라이저 맞추는 위치도 차이가 있으니 꼭 실측해보아야 한다.(스페이스바는 따로 실측해서 제작자에게 별도로 요청했다.) 레고는 타일(위가 평평한)을 따로 구매했다. 레고는 1×1, 1×2, 2×2 등 필요한 모든 사이즈를 낱개로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다.

shapeways.com
브릭 투게더, https://www.bricktogether.co.kr

조립

하드웨어

PCB 에 스테빌라이저를 먼저 조립하고, 그 위에 플레이트를 잘 맞춘 다음, 위에 플레이트 위에 스위치를 하나씩 하나씩 PCB 에 꽂고 납땜해주면 된다. 센스있게 스위치는 끝쪽에 몇개만 먼저 꽂고 납땜하여 가이드하고 나머지를 작업해 주면 편하다.

납땜이 완료되면 배터리를 적당히 테이프로 케이스에 고정 후 볼트 & 너트로 조여주면 끝.

소프트웨어

BT60 PCB V2 는 ZMK 기반 소프트웨어를 제공한다. 간단한 온라인에서도 가능하지만, HHKB 설정은 preset 되어 있지 않아, 직접 소스를 수정하는 작업을 거쳤다. (물론 기본적인 레이아웃은 이미 PCB 에 적용이 되어있다.) 원본 소스는 https://github.com/PolarityWorks/zmk-config-ckp 에 있고, 해당 repository 를 본인 계정으로 fork 받은 후 수정작업을 진행한다. 여러 레이아웃이 branch 로 저장되어 있었으나, HHKB 레이아웃은 없어서 직접 수정을 진행했다.

소스코드 수정 내역

소스 수정이 완료되었으면 github 에 다시 push 후, Actions > runWorkflow > 수정한 branch 선택을 하면, Artifact 가 생성이 되고 zip 파일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Github 에서 온라인 빌드

배포는 키보드와 PC 가 케이블로 연결된 상태에서 bootloader 로 진입하고 zip 파일을 키보드 스토리지로 복사하면 수정된 펌웨어가 즉시 로딩된다. 따라서, 소스를 수정을 하더라도 로컬 PC 에 빌드환경을 구축할 필요가 없다.

마치며,

드디어, 완성본

양산형 PCB 를 이용한 DIY 키보드는 방향키를 온전히 넣기가 힘들기 때문에 생소한 키보드 배열이 가장 큰 진입 장벽이 될 것이다. 하지만, 키보드는 작아 질수록 손의 움직임이 적어지기 때문에 타이핑이 빨라지고 손목이 편해지는 법. 처음에는 생소한 배열이 혼란스럽더라도 남은 타이핑인생을 안락하게 즐기기 위해 자신만의 키보드를 도전해보자.

40% 키보드 샘플 레이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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